에필로그
으뜸양천을 향한
멈출 수 없는 길목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면서
4월 26일 보궐선거 다음날 구청으로 출근을 하는 승용차 안에서 나는, 2002년, 민선3기 구청장에 당선되던 날, 바로 그날로 돌아가고 있었다. 구청장으로 처음 출근하던 그날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그때의 초심은 무엇이었나?
2002년, 선거에 승리했다는 감격보다는 ‘왜 매번 구청장을 새로 뽑나?’ 하는 새삼스러운 질문이 내 가슴에 얹혔다. 양천구를 지금보다 더, 다른 동네보다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고 새 사람을 뽑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나의 목표는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양천을, 앞선 구청장이 했던 것보다 더, 또 다른 지역보다 더 잘 사는 곳,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훗날 세인들이 추재엽이라는 사람은 기억할 때, ‘양천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 양천을 가장 행복한 곳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으뜸양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도로망이 잘 뚫려 있고, 높은 건물이 많고, 좋은 학교가 많고, 기업이 많다고 ‘으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으뜸’은 정이 넘치는 행복한 도시에만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으뜸양천을 위해 ‘도시인프라’, ‘교육인프라’에 ‘휴먼인프라’를 덧붙여 이 3대 인프라를 완성하는 것에 구정을 집중했다. 자만하지 않고 차분하게 어두운 구석부터 살피며 3대인프라를 구축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초심, 그 초심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행복한 도시, 따뜻한 양천, 이웃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도시, 이것이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좀 흉측한 이야기지만, 21세기 한국의 오늘을 한번 둘러보자. 뉴스시간에는 너무 흉폭하고 참담해 절로 외면하고 싶은 사건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그저 ‘어째 저런 일이…’ 하고 안타깝게 지켜볼 뿐이다. 돈 많이 벌고, 편안하게 살고…. 이런 것에만 관심 있을 뿐, 사라져가는 인간성,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신경 쓰는 곳은 드문 것 같다.
좋다. 양천구라도, 내가 사는 곳부터 시작하자. 모두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언젠가는 행복한 나라, 따뜻한 대한민국이 두 손 벌리고 우리를 맞아주겠지…. 서로 돕고 의지하는 복지공동체를 만들자. 이렇게 양천의 휴먼인프라는 구축되기 시작했다.
양천은 50만 구민 자원봉사 생활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구민이 자원봉사자가 되는 날, 따뜻하고 행복한 양천은 완성될 것이다. 양천구민들은 나눔으로써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양천에서는 생활의 현장에서, 모든 행사장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어르신들을 예우하고 공경한다.
어르신들께는 보람과 자부심을 선물로 드리게 될 것이다. 경로효친을 실천하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 그런 양천을 만들고 있다.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양천에서 시작되고 있다.
사랑이 넘치는 양천을 뒷받침하는 것이 도시인프라다. 교통, 녹지, 공원은 쾌적한 도시 생활을 보장해 준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 기쁜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국토해양부에서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확정했는데, 내가 민선3기 때부터 추진해 온 신월~신정~목동~당산 간 경전철사업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전철사업이 시행되고, 신월·신정 뉴타운, 양천메디컬센터, 신월정수장 문화공원, 달마을 공원과 같은 사업이 끝나면 양천은 ‘편리함과 사랑이 가득한 아름다운 도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으뜸양천,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도시 양천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그런데, 갈 길은 먼데… 구청장의 하루는 너무나 짧다. 월요일 아침, 간부회의를 마치고 나면 구청장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민원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저기 다 가보고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된, 가장 어려운 고충들을 안고 계신 분들이다. 안 만날 수 없다.
현장에 나가도 쏟아지는 민원은 끝이 없고 1년 365일 행사가 없는 날이 하루도 없다. 양천구에는 7명의 국·소장과 33명의 과장, 18명의 동장이 있다. 70여명에 이르는 이들 간부 공무원들도 자신과 소속 직원들이 한 일, 또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구청장에게 직접 보고하기를 원한다. 줄이고 줄여 3분씩만 보고를 받는다 해도 모두 21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구청에는 시설관리공단과 어린이집, 각종 센터와 같은 산하시설이 많이 있다. 이들과도 수시로 토론하고 지시하고 결재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 밖으로 뛰는 것이다. 돈을 가져와야 일을 할 수 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 유관기관의 문턱을 제집 드나들 듯 넘어야 한다.
또 정부나 서울시 행사와 주요회의에도 참석해 우리 구의 입장을 전해야 하고 유관기관 공식행사와 관내 각종 단체의 행사에도 시간이 되는 한 가급적 찾아가 노고에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이 구청장의 역할이다. 각종 기념식과 주요행사,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고 주요공사는 반드시 현장에 나가 진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 쓴다 해도 하루 24시간은 부족하다. 밤늦은 시간, 지친 몸으로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밀린 보고를 듣거나 결재를 할 수 밖에 없다. 휴일에도 편안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안사항 추진을 위한 관계부서 회의를 주재하고 장기적인 정책구상을 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정말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든데, 희한하게, 항상 정신은 상쾌하다.
왜 그럴까? 당연한 일이다. 내 몸이 편하면 주민이 불편하고, 내 몸이 고달프면 주민이 만족해하는 법. 어찌 내가 편하고 주민이 불편하길 바랄 것인가? 힘들어도 주민들의 미소를 보약 삼아 감사한 마음으로, 이른 새벽, 신발 끈을 동여매고 문을 나서고 있다. 2002년 첫 출근, 그날처럼.
좀 길어지고 말았다.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일해 온 감회를 말해보려 했는데 어쭙잖은 자랑만 늘어놓은 건 아닌지 송구스럽다. 하지만 아무리 글이 길어지더라고 핵심을 빼먹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양천은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으뜸양천의 토대를 닦았다. 복지으뜸구, 교육으뜸구를 만들었고, 그리고 도시행정의 으뜸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50만 양천구민과 4만여 자원봉사자의 지혜와 열정 덕분이다.
또 부족한 나를 믿고 함께 전진해 준양천구청 1천200여명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또 지역출신 의원님, 관계기관 및 단체 임직원의 성원과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줄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사랑하는 가족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천한 구청장이 수준 높은 양천구민들의 염원과 역량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6년, 저와 함께 고생하며 양천구 발전에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글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이 남아 있는 한 으뜸양천을 향한 멈출 수 없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언제나 양천인과 함께 전진할 것이다.
그동안 힘에 겨운 일을 당할 때마다 서로 위로하며 살기 좋은 양천을 만들어왔듯이 앞으로도 부족한 추재엽을 지도하고 격려해주시기를 바란다.
이 책은 추재엽 개인의 회상기가 아니라 양천구민 모두가 함께 했던 땀과 눈물과 열정의 기록이다. 사람 사는 도시, 어려운 이웃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위대한 양천인의 작은 역사이다.
그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다른 어떤 지역의 역사보다도 더 치열하게, 그러나 더 아름답고 희망찬 역사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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